소상공인 단결권 (약관 개정, 단체교섭, 공정거래법)

사장님인데 사장님이 아니라면, 그게 과연 사업인 걸까요. 제가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이것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엄연한 사업주이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본사나 플랫폼의 결정 하나에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분들. 이재명 대통령이 소상공인의 집단교섭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 구조적 모순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2년에 100번 바뀐 약관, 그 현장을 저는 봤습니다

한 배달 플랫폼이 2024년과 2025년, 2년 사이에 약관을 거의 100번 고쳤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0번이면 평균 일주일에 한 번 꼴입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공지하고 업주는 나중에야 내용을 알게 되는 방식으로요.

제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던 한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플랫폼 노출 알고리즘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매출이 갑자기 반 토막 나요. 이유를 물어보면 영업 비밀이라고 하고." 노출 알고리즘이란 검색이나 추천 화면에서 어떤 가게를 먼저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게 바뀌면 같은 가게라도 손님 눈에 띄지 않게 됩니다. 그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니 대응 방법도 없는 것이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가장 답답한 부분은 '선택지 없는 동의'였습니다. 한 가맹점주분은 "새벽에 앱 공지사항 하나로 핵심 재료비가 오르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그날 장사를 시작할 수가 없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계약이 아니라 사실상 일방적 지시입니다. 가맹사업법(加盟事業法)이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법률인데, 지난해 12월 개정을 통해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권이 생겼지만, 합의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 보니 본사가 협의 테이블에 앉는 척만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소상공인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노동자'라는 자괴감에 가깝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수는 약 680만 명에 달하는데(출처: 통계청), 이 중 상당수가 프랜차이즈나 플랫폼에 종속된 형태로 운영됩니다. 숫자로 보면 거대한 집단이지만, 법적으로는 개별 사업자이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거나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없었습니다.

단체교섭권, 소상공인에게 허용되면 공정거래법과 충돌하는 이유

여기서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단체교섭권(團體交涉權)이란 근로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이나 근로 조건을 집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헌법과 노동조합법은 이 권리를 '근로자'에게만 부여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은 법적으로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자들이 단체를 이루어 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정거래법(公正去來法)은 사업자들 사이의 공동행위가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제한하면 담합으로 보고 제재합니다. 담합이란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서로 짜고 가격이나 조건을 조율하는 행위인데, 이것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되는 것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이 담합 금지 규정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죠.

법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방향은 공동행위 규제에 '제한적 예외'를 두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수수료율, 정산 주기, 광고비 분담 같은 거래 조건에 대한 공동 협의는 허용하되, 소비자 가격을 함께 결정하거나 공급량을 조율하는 행위는 여전히 금지하는 구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미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소규모 사업자의 단체행동에 담합 규정 적용을 일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가장 민감한 쟁점은 어느 규모의 기업을 상대로 할 때 이 예외를 적용할지입니다. 이 기준이 너무 좁으면 실효성이 없고, 너무 넓으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으니까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평으로 만드는 방법

이 논의를 '소상공인이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칩니다.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것은, 이건 시장 경제의 효율성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리고, 그 비용이 입점업체에게 전가되면 결국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소비자 가격도 오릅니다. 개별 소상공인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를 찾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대부분 포기하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소상공인에게 단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왜 의미 있는지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거래 교섭력(Bargaining Power) 불균형 해소: 개별 사업자가 대형 플랫폼과 1대1로 협상하는 것은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집단 교섭을 통해 최소한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2. 사회적 비용 절감: 개별 법적 분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표준화된 계약 기준을 만드는 데 쓰면 당사자 모두에게 효율적입니다.
  3. 플랫폼 사용자성(使用者性) 재정의: 고용 계약 없이도 알고리즘과 약관을 통해 사실상 지휘·통제를 하는 플랫폼에 적절한 책임을 부여하는 논의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용자성이란 노동법상 누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직접 고용 여부 외에도 실질적 지배력을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시장 건전성 유지: 소상공인이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어야 플랫폼 생태계 자체도 장기적으로 유지됩니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과 약관 변경은 결국 공급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소상공인 단결권이 자칫 특정 업종 내 카르텔(cartel)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카르텔이란 같은 업종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가격이나 공급량을 공동으로 조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우려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적용 범위와 허용 행위의 범위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법체계의 정합성과 적용 대상 범위 설정에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이 논의의 무게중심은 '소상공인을 보호하느냐, 시장 원리를 지키느냐' 사이의 이분법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처럼 정보와 권한이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쏠린 상태가 오히려 시장 원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2년 사이에 100번 바뀐 약관을 단 한 번도 협상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구조, 그것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관련 논의나 정책 동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소상공인연합회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채널을 통해 최신 내용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1214190004689?dtypecode=pancode_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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