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세종 국가채용센터 (시설노후화, 원스톱채용, 공공허브)

총 1,387억 원이 투입되는 세종 국가채용센터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됩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든 생각은 "왜 이제야?"였습니다. 20년 된 건물에서 출제위원들이 체력단련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잔다는 현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체력단련실 매트 위에서 출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국가고시센터는 2005년에 준공된 건물입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시설 노후화(老朽化)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노후화란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물이나 설비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낡아버린 상태를 가리킵니다. 천장 붕괴 위험이 제기될 정도라면, 이건 보수가 아니라 대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이 센터를 이용한 인원이 4만 1,621명에 달했지만, 정작 숙소는 턱없이 부족해 일부 인력이 체력단련 공간에 매트를 깔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출제 과목은 221개로 늘었는데, 공간은 20년 전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지적 작업일수록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이동 동선조차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출제 오류 없이 수백 개 문항을 검수한다는 것, 솔직히 이건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요구입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외부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산책로마저 좁아 이동 동선을 조정해야 할 정도라면, 출제위원들의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출제위원의 신체적·정신적 컨디션은 곧 시험의 질과 직결됩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공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스톱 채용 시스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세종 국가채용센터의 핵심 설계 개념은 원스톱 채용 시스템(One-Stop Recruitment System)입니다. 원스톱 채용 시스템이란 출제, 면접, 역량 평가 등 채용의 전 과정을 하나의 공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 직매립 (직매립 금지, 예외 허용, 환경 정의)

매주 분리수거 날이면 저는 종량제 봉투를 들고 나가면서 늘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정말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 걸까?' 올해 초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의구심이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서울과 경기 지역 쓰레기 5,380톤이 다시 인천 수도권매립지로 쏟아졌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 그 기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직매립 금지, 그런데 한 달 만에 5,380톤이 반입된 이유 직매립(直埋立)이란 쓰레기를 소각이나 재활용 처리 없이 땅에 그대로 묻는 방식을 말합니다. 매립지의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키고, 침출수(浸出水) 오염 같은 2차 환경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직매립을 제한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에 대한 직매립 금지 조치를 공식 시행했고, 실제로 1, 2월 반입량은 전년 대비 약 92%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3월 23일부터 적용된 '예외 허용' 조치입니다. 소각 시설의 고장이나 정비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거쳐 직매립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인데, 이 예외 조항이 발동된 지 딱 한 달 만에 경기도 3,688톤, 서울시 1,692톤, 합계 5,380톤이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됐습니다. 차량으로 환산하면 462대입니다. 같은 기간 인천시는 직매립 반입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숫자가 어느 지역의 일방적 부담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저도 인천 서구 인근을 지나다 끝도 없이 줄 선 쓰레기 운반 차량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묘한 불편함, '저게 어디서 온 걸까' 싶었던 감각이 이번 수치와 맞닿는 순간, 솔직히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예외 허용량 16만 3,000톤, '예외'가 맞기는 한 건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합의한 올해 예외적 직매립 허용량은 총 16만 3,000톤입니다.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규제, 인력수급, 간병파산)

솔직히 저는 이 제도가 '추첨 복지'라는 걸 직접 겪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이미 풀(Full)이었고, 저는 하루 15만 원에 육박하는 개인 간병인을 고용해야 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병동 수 제한을 없앤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벽 하나가 드디어 허물어지는 셈인데,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겁습니다. 병동 제한, 왜 있었고 왜 문제였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Integrated Nursing Care Service)란 환자가 개인 간병인 없이 간호사·간호조무사·지원인력으로 구성된 팀에게 입원 중 돌봄 전반을 맡길 수 있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병원이 간병까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좋은 제도에 '병원당 4개 병동(약 160병상)'이라는 상한선이 붙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이 규제를 만든 배경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우가 좋은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간호 인력이 집중되면, 지역 중소병원은 인력난에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나름의 논리가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 그 규제는 그냥 '문이 잠겨 있는 것'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병원 건물은 10개 동이 넘는데, 통합서비스는 4개 동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대기 순번은 좀처럼 줄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 빈자리가 생겨도 그날 바로 입실하지 못하면 순번이 밀렸습니다. 결국 개인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한 달이면 30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간병 파산(Caregiver Bankruptc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환자 치료비와 별개로 간병비 부담이 가계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저는 그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4곳의 병동 수 제한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해당 병원들의 평균 병동 수가 약 20개인 점을 감안하면, 통합서...

계곡 불법 점용 (불법평상, 행정대집행, 포스트정비)

계곡에 가면 돈을 내야 물가에 앉을 수 있다는 게 이제는 상식처럼 굳어졌습니다. 저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할까요? 전국 하천과 계곡에서 적발된 불법 점용(占用) 시설이 1년 만에 835건에서 3만 3,000건으로 불어났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습니다. 제가 매년 여름마다 느꼈던 그 불쾌함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이 숫자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불법평상, 왜 이렇게 오래 버텼을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난여름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경기도 한 계곡을 찾았을 때, 물가 바로 앞 자리는 전부 평상(平床)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평상이란 계곡이나 야외에서 사람들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설치한 나무 침상을 말하는데, 문제는 이 평상들이 개인 상인이 하천 부지에 허가 없이 갖다 놓은 불법 구조물이라는 점입니다. 음식을 시키지 않겠다고 했더니, 상인이 대놓고 "그럼 여기 못 앉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조카들 손을 잡고 자리를 옮기면서, 이게 정말 국민 모두의 하천인가 싶었습니다. 왜 이 구조가 이렇게 오래 유지됐을까요? 핵심은 불법 점용(不法占用)의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불법 점용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공 수역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계곡 명당 자리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평상 1개당 하루 8만~10만 원짜리 백숙 주문을 강요하면, 성수기 한 달 수익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기존 과태료 수준은 이 수익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아, 차라리 벌금을 내고 계속 영업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왔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수(汚水)가 계곡으로 직접 흘러드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오수란 음식 찌꺼기나 세제 등이 섞인 더러운 물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정화 처리 없이 하천으로 유입되면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맑아 보이는 물속에서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걸 보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자릿세 싸움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행정대집행, 이번엔 다...

대구 작업복 세탁소 (행정 지연, 산업보건, 노동복지)

대구시가 2023년 수립한 노동 기본계획에 작업복 공동 세탁소 3곳 설치를 약속했지만, 2025년 현재 운영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산업단지 인근에서 작업복을 손빨래하거나 일반 빨래와 분리해 씻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저는 이것이 개인의 성실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오래전부터 느껴왔습니다. 산업단지 노동자의 작업복, 집에서 세탁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작업복 세탁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산업단지 인근 대중교통에서 퇴근길 노동자들 옆에 앉아본 적 있으신가요? 코끝을 찌르는 금속성 기름 냄새와 뻣뻣하게 굳어버린 작업복의 질감은 그 노동이 얼마나 고된지를 말없이 보여줍니다. 저도 그 뒷모습에서 행정의 부재를 읽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냄새나 질감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업복에 남아 있는 금속 분진(Metal Dust)이란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를 말합니다. 이 입자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피부나 호흡기에 침투해 직업성 피부질환이나 진폐증(Pneumoconiosis, 분진이 폐에 쌓여 폐 기능을 저하시키는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세탁기로 돌려도 지워지지 않는 검은 기름때 속에는 이런 유해물질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작업복 전용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를 하는 분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가장 걱정한 것은 자신의 피부가 아니라 세탁조에 남은 잔여물이 아이들 옷에 묻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심리적 부채감은 매일 반복됩니다. 화학물질 오염(Chemical Contamination)이란 세탁 과정에서 유해 화학 성분이 물과 함께 다른 세탁물로 옮겨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일수록 이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대구는 제조업 사업장의 95% 이상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입니다. 이 말은 개별 사업체가 자체적으로 전문 세탁 인프라를 갖추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

서울아레나 창동 (베드타운, 라이브인더스트리, 젠트리피케이션)

내년 5월, 창동에 2만 8,000석 규모의 서울아레나가 문을 엽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랫동안 '4호선 끝자락'이라는 말이 어울리던 동네가, 세계적인 K컬처 거점으로 탈바꿈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설레면서도 마음 한켠이 복잡한 것도 사실입니다. 베드타운의 기억, 그리고 플랫폼 61 창동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 사는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어디서 즐기나"였습니다. 탄탄한 주거 인프라에 비해 즐길 거리가 눈에 띄게 부족했고, 대형 콘서트 하나를 보려면 잠실이나 고척돔까지 한 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것이 이 동네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갈증을 소박하게나마 달래주던 공간이 창동역 인근의 컨테이너 문화공간 '플랫폼 61'이었습니다. 재활용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임시 공간이었지만, 작은 전시와 공연이 꾸준히 열리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숨구멍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아레나 개관 소식은 단순한 공연장 하나가 생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베드타운(Bed Town)이란 낮에는 인구가 빠져나가고 밤에만 사람이 돌아오는, 주거 기능만 특화된 도시를 뜻합니다. 창동·상계 일대가 오랫동안 그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면, 이제 서울시가 2조 7,000억 원을 투입해 그 공식을 깨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연간 100회 이상의 공연, 창동역에 'K엔터타운역'을 병기하는 계획까지 발표된 것을 보면, 이것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울시가 이번에 도입하는 '커넥티브 라이브(Connective Live)'도 눈길을 끕니다. 커넥티브 라이브란 공연장 안의 무대를 창동 일대 거리 곳곳에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스템으로,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도 공연의 열기를 거리에서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공연장 바깥이 또 하나의 ...

천안 삼룡동 지역주택조합 (착공, 추가분담금, 제도개혁)

천안 삼룡동에서 11년을 표류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떴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쁨보다 먹먹함이 앞섰습니다. 수많은 지주택 분쟁 사례를 지켜봐온 입장에서, '착공'이라는 두 글자가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11년 만의 첫 삽,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 2015년쯤 이 조합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서른 중반이던 청년이 불혹을 넘긴 가장이 되어 있을 겁니다. 노후 자금을 조금이라도 불려보겠다는 마음으로 가입한 어르신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건강을 잃으셨을 수도 있고요. 기사에서 '눈물의 첫 삽'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 말이 단순한 수사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와 추가 분담금 고지서를 받아들던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신고나 다름없으니까요. 지역주택조합(地域住宅組合)이란 무주택 세대주 또는 소형 주택 소유자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자력형 주택 공급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끼리 모여서 아파트를 직접 짓는 구조'인데, 시행사를 끼지 않아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업 리스크를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사례를 들여다보니, 이 구조 자체가 문제의 씨앗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천안 삼룡동 동문 디이스트 파크시티 사업장은 한때 토지 확보 실패, 자금난, 조합 내부 갈등이 동시에 터지며 사실상 무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그러나 새로 선출된 구홍민 조합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재결집했고, 잔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용 승낙을 내준 토지주의 결단이 반전의 계기가 됐습니다. 전용면적 59㎡부터 105㎡까지 총 1,051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500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착공이 끝이 아니다, 추가분담금이라는 복병 이 사업이 정상화된 건 분명히 박수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

군 경력 승진 특혜 판결 (호봉 가산, 직급 차별, 성차별)

군 복무 경력이 신입사원의 호봉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직급 자체를 올려주고, 그 결과 승진까지 앞서가게 만드는 인사 제도는 성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저도 인턴 시절 비슷한 구조를 직접 목격했는데, 당시엔 막연히 이상하다고만 느꼈던 것이 이번 판결을 보고 나서야 법적으로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입사 첫날부터 달랐던 출발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턴 시절 제가 몸담았던 공공기관에서는 같은 날 입사한 동기들 사이에서도 첫날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공개채용으로 동일한 과정을 거쳐 들어왔는데도, 군 필자 남성 동기는 여성 동기보다 두 단계 높은 직급으로 시작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당시엔 "당연히 군대 다녀온 사람이 혜택받는 거 아냐?"라고 넘어갈 분위기였습니다만, 몇 달이 지나면서 그게 단순히 월급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문제가 된 인사 제도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일반 신입사원은 6급 10호봉으로 시작하는 반면, 군 경력 2년을 가진 제대군인은 호봉(號俸)이 2호봉 가산되어 5급 12호봉으로 입사합니다. 호봉이란 같은 직급 안에서 근속 연수나 경력에 따라 임금을 단계별로 구분한 체계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호봉 가산이 직급 자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통상 2년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5급으로 시작하는 남성 신입사원은 그 2년의 경쟁을 통째로 건너뛰게 됩니다. 제가 목격한 현장도 정확히 이랬습니다. 여성 동기들은 동일한 업무를 소화하고 비슷한 성과를 냈는데도, 구조적으로 2년을 더 기다려야 선배와 같은 직급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군대도 안 다녀온 죄"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그 무렵이었습니다. 호봉 가산과 직급 차별, 무엇이 다른가 이번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핵심적으로 구분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재판부는 군 경력에 따른 호봉 가산 자체, 즉 임금을 더 주...

거지방 열풍 (절약 커뮤니티, 거지맵, 짠테크)

절약을 잘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한때 그 말이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맞물린 요즘, 2030세대가 스스로를 '거지'라 부르며 뭉치는 '거지방' 현상은 단순한 절약 유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지방, 처음 들어갔을 때의 충격 제가 처음 거지방 오픈채팅방에 들어간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셨다고 올렸더니 "탕비실 믹스커피 드세요"라는 댓글이 달렸고, 마라톤 참가비를 고민한다고 했더니 "그냥 걸으면 공짜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냉정함이 웃기면서도 위로가 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거지방의 핵심은 단순한 절약 정보 공유가 아니었습니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지출 내역을 올리고 "잘 참으셨습니다"라는 이모티콘 하나를 주고받는 그 행위 자체에 묘한 연대감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오마카세 사진이 넘쳐나는 SNS 피드 대신, 편의점 1+1 득템을 자랑하는 공간. 그 안에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짠테크(Jjan-tech)란 '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즉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그 차액을 저축이나 투자로 연결하는 재무 전략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인색하고 궁상맞다는 시선이 따라붙던 단어였지만, 지금의 2030세대에게 짠테크는 생존 기술에 가깝습니다. 교통비 몇 천 원을 아끼려 40분 거리를 걷고, 걷기 앱으로 하루 8,000보를 채워 서울페이 포인트를 받아 식비에 보태는 일이 더 이상 특이한 행동이 아닙니다. 무지출(無支出) 인증이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등장했습니다. 무지출이란 말 그대로 하루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음을 채팅방에 인증하는 행위입니다. 거지방 참여자들은 이 무지출 인증을 통해 서로의 절제를 독려하고, 통제할 수 없는 거...

유류세 최고가격제 (가격신호, 수요억제, 핀셋지원)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경유 가격이 215% 폭등했는데, 정작 국내 주유소 가격은 리터당 2,000원 선에서 묶여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선방이다"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도감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가격신호가 사라지자 제가 한 행동 퇴근길, 평소보다 유독 길게 늘어선 주유소 대기 행렬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일부터 기름값 오르나 보다" 싶어 저도 슬그머니 줄에 합류했는데, 당시 제 차 게이지는 절반이나 남아 있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가득 채웠고, 실제로 아낀 돈은 고작 4,000원 남짓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행동이 딱 현재 최고가격제의 부작용을 몸소 증명한 셈입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2차 최고가격 고시가 예정됐던 3월 넷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었습니다. 가격 인상 직전에 수요가 오히려 폭발하는 이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수요 전이(Demand Shifting)라고 부릅니다. 수요 전이란 가격 변동이 예고됐을 때 소비자가 구매 시점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행동을 뜻합니다. 소비 총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타이밍만 바꾸는 것이죠. 문제는 이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차 고시 이후 첫째 주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2% 줄었다가, 3차 고시가 예정된 둘째 주에는 감소폭이 11.3%로 다시 좁혀졌습니다. 고시 주기마다 이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눌려 있으니 소비자는 절약보다 타이밍을 계산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고요. 수요억제 실패가 만드는 더 큰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이번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러·우 전쟁 당시 국제 휘발유 가격은 42% 올랐고 국내 가격도 23% 따라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국제 가격이 97% 뛰었는데 국내 가격 인상률은 18%에 그쳤습니다. 갭이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이 더 걱정하는 이유...

김창민 감독 사건 (부실수사, 오체투지, 발달장애)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다가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외식을 하던 김창민 감독이 소음 문제로 시비를 건 남성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숨졌습니다. 그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기사를 덮지 못했습니다. 너무 평범한 일상이 비극의 무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오체투지, 100번 몸을 던진 부모들의 이유 지난 4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3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었고, 대부분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었습니다. 이들은 40분 동안 100번, 온몸이 바닥에 닿도록 엎드렸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불교에서 유래한 가장 낮고 간절한 예의 표현으로,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까지 다섯 부위를 모두 땅에 닿게 엎드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 동작을 100번이나 반복했다는 건, 단순한 항의 집회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뉴스 영상을 보면서 솔직히 눈물이 났습니다. 장갑 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떨구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화면 너머로도 너무 생생하게 전해졌거든요. 이분들이 이 자리에 나온 건 자기 자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울하게 떠난 김창민 감독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연단에서 "경찰의 수사 부실로 이 억울한 죽음이 영원히 묻힐 뻔했다"고 말했는데,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담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집회 중에는 추모굿도 열렸습니다. 붉은 천 보자기에서 흰 국화를 꺼내 꽃잎을 허공에 날리는 장면은, 슬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언어처럼 보였습니다. 발달장애인 아들도 아버지가 끌려가는 그 순간, 말 한마디 하지 못했으니까요. 벽에 머리를 찧으며 공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저는 이 사건이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

광주 태양광 수돗물 (탄소중립, 직접PPA, 에너지자립)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또 보여주기식 태양광 사업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자체가 유휴부지에 패널 몇 장 깔고 '탄소중립 선도 도시'라는 타이틀을 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광주시가 이번에 용연정수장에 구축한 모델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제가 알던 방식과는 구조 자체가 달랐습니다. 생산한 전기를 바로 그 자리에서 수돗물 만드는 데 쓴다는 발상이 핵심이었습니다. 계통 한계와 출력 제어, 재생에너지의 오래된 벽 재생에너지 정책 흐름을 오래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답답하게 느낀 부분은 바로 출력 제어(Output Curtailment) 문제였습니다. 출력 제어란 전력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할 때 멀쩡히 작동 중인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조치입니다. 햇볕이 쨍쨍한 날 태양광 패널을 가동 중단시킨다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게 현실입니다. 특히 제주도와 전남 지역에서 이런 비효율이 반복됐고, 재생에너지 확산에 진심인 사람들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문제의 뿌리는 계통(Grid), 즉 전력망 구조에 있습니다. 계통이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전선과 변전소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전체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 계통을 유지해왔고,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흡수할 유연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열심히 전기를 만들어도 팔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은 남는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면 그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니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한전의 송배전망을 통해야 한다는 의무 자체가 비용과 비효율을 구조적으로 낳고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광주시의 이번 접근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PPA 방식이 뭐가 다른가, 수돗물로 증명하다 광주 상수도사업본부가 이번에 도입한 방식은 직접전력거래계약(PPA, Po...

자위대원 기미가요 논란 (정치중립, 제복의미, 군국주의)

자위대원이 제복을 입은 채 집권 자민당 당대회 무대에 올라 기미가요를 불렀습니다. 이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솔직히 '이게 실화인가'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주 국가의 군인은 제복을 입는 순간 개인이 아닌 국가 전체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방위성과 자민당은 "개인 자격이라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이 해명이 과연 통할 수 있는지, 제가 알고 있는 상식과 대조해 따져보겠습니다. 정치중립: 군인에게 왜 이렇게 까다로운 원칙인가 문민통제(文民統制, Civilian Control)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군대를 민간의 정치 권력 아래 두어, 군이 특정 정파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원칙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헌법이나 법률에 이 원칙을 명문화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닙니다. 자위대법(自衛隊法) 제61조는 자위대원의 정치적 행위를 명시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는 물론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사 참여 자체를 제한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국가(國歌)를 부르는 건 정치적 행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자민당 간사장 스즈키 슌이치가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논리도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서, 누구의 신분으로 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현역 군인이 제복 착용 상태로 특정 정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국방부 지침(DoD Directive 1344.10)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제복은 그 순간 그 사람의 발언과 행동을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군 조직 전체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해당 자위대원은 행사 소개 멘트에서 "육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소프라노"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습니다. 개인 자격이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자위대라는 소속 조직명이 행사장에서 호명되지 말았어야 했...

소상공인 단결권 (약관 개정, 단체교섭, 공정거래법)

사장님인데 사장님이 아니라면, 그게 과연 사업인 걸까요. 제가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 이것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엄연한 사업주이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본사나 플랫폼의 결정 하나에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분들. 이재명 대통령이 소상공인의 집단교섭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 구조적 모순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2년에 100번 바뀐 약관, 그 현장을 저는 봤습니다 한 배달 플랫폼이 2024년과 2025년, 2년 사이에 약관을 거의 100번 고쳤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0번이면 평균 일주일에 한 번 꼴입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공지하고 업주는 나중에야 내용을 알게 되는 방식으로요. 제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던 한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플랫폼 노출 알고리즘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매출이 갑자기 반 토막 나요. 이유를 물어보면 영업 비밀이라고 하고." 노출 알고리즘이란 검색이나 추천 화면에서 어떤 가게를 먼저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게 바뀌면 같은 가게라도 손님 눈에 띄지 않게 됩니다. 그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니 대응 방법도 없는 것이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가장 답답한 부분은 '선택지 없는 동의'였습니다. 한 가맹점주분은 "새벽에 앱 공지사항 하나로 핵심 재료비가 오르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그날 장사를 시작할 수가 없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계약이 아니라 사실상 일방적 지시입니다. 가맹사업법(加盟事業法)이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법률인데, 지난해 12월 개정을 통해 가맹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권이 생겼지만, 합의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 보니 본사가 협의 테이블에 앉는 척만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소상공인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

의료데이터 중개 (데이터 질, 편향성, 수익모델)

3년 동안 쌓은 25만 건의 임상 데이터, 그리고 그것을 기업에 연결해주는 중개 포털. 대구시가 조용히 꽤 묵직한 인프라를 만들어놨다는 걸 알았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실질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의료 AI 개발에서 데이터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전부를 공공이 정비해서 내놓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질(Quality)이 진짜 승부처입니다 의료 AI 개발에서 '데이터가 많으면 좋다'는 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보면, 양보다 질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영상 하나가 AI에게 의미를 가지려면, 해당 환자의 병력과 혈액 수치, 전문의의 판독 소견이 정교하게 묶여 있어야 합니다. CT란 X선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인체 단면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영상 검사이고, MRI란 자기장과 전파를 이용해 연조직까지 세밀하게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영상만 있어서는 AI 학습에 쓸 수 있는 완성된 데이터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파편화입니다. A병원의 MRI 파일 포맷과 B병원의 포맷이 다르면, AI는 같은 정보를 다른 언어로 읽는 셈입니다. 대구시가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등 거점 병원의 데이터를 한곳에서 통합하고 표준화했다는 점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합 이전에는 기업이 각 병원과 개별 협약을 맺고, 데이터 형식을 맞추는 데만 수개월을 소모했을 것입니다. 이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K-의료데이터 중개 포털(www.k-health.re.kr)에 탑재된 자료는 뇌신경·심혈관 질환에 특화된 영상 데이터와 환자의 생체 신호, 진단 정보가 담긴 정형 데이터(Structured Dat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형 데이터란 표나 데이터베이스처럼 행과 열로 정리된 구조화된 형태의 데이터를 뜻합니다. 올해는 여기에 2만 건의 특화 질환 데이터와 기업 수요 맞춤...

반려인 주거불안 (임대차특약, 보호자교육, 빅데이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국 313만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313만 가구 중 임차인의 절반 가까이가 "계약이 끝나면 살 집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삽니다. 저도 몇 년 전 강아지와 함께 이사를 준비하며 그 불안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보증금을 더 얹겠다고 해도, 도배·장판 비용을 미리 예치하겠다고 해도 돌아오는 건 퇴짜뿐이었습니다. 임대차특약, 반려인을 보호하는 계약서는 왜 없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임차인과 집주인 사이의 갈등은 지금 전적으로 '사적 계약'의 영역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임대인(賃貸人)이란 부동산을 빌려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내 재산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임차인(賃借人) 즉 세를 들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습니다. 그 사이 어디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 연구팀이 전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출처: 한국일보 ), 임차 가구 반려인의 46.3%가 계약 만료 후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32.9%는 계약이 끝난 뒤 반려동물로 인한 배상 청구를 받을까 봐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내 얘기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어떤 집주인은 "개 키우는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다"며 문전박대를 했습니다. 번듯한 직장과 소득 증빙이 있어도 반려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할 수 없는 세입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겨우 집을 구했을 때 느낀 것은 안도감보다 상실감이었습니다. 제 가족인 강아지가 누군가에게는 '재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습니다. 해결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반려동물 표준 임대차 특약(標準...

촉법소년 연령 하향 (현장 배경, 시스템 분석, 향후 전망)

경찰 앞에서 "우리 촉법소년인데 어쩔 거냐"고 비웃는 영상이 퍼졌을 때, 솔직히 저도 멍했습니다. 법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법을 방패 삼아 피해자를 비웃는 장면이었으니까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이달 말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숫자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년 범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법의 테두리 뒤에 숨은 아이들, 현장에서 목격한 현실 촉법소년(觸法少年)이란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뜻합니다. 현행 소년법 체계에서 이들은 형사 피고인이 아닌 보호 처분 대상으로 분류되며, 검찰 송치나 전과 기록 없이 가정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이 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58년입니다. 그 이후 60년이 넘도록 기준선은 그대로입니다. 제가 커뮤니티와 교사 지인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들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무인 점포에서 수백만 원어치를 파손하고 금고를 털어도, 가해자가 만 13세라는 이유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피해 소상공인은 민사 소송을 걸어도 미성년자 부모와의 지루한 싸움을 감수해야 하고,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법이 가해자의 갱생을 위해 설계됐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갱생 대상도 아니고, 배상 대상도 아닌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두 달 안에 결론을 내자고 제시하면서, 성평등가족부 주도로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꾸려졌습니다. 1차 공개 포럼 이후 전문가·현장 관계자 논의가 이어졌고, 200명 규모의 시민 참여단 토론도 예정돼 있습니다. 형사미성년자(刑事未成年者)란 형법상 책임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어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연령의 사람을 가리킵니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이 연령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출 것인지 여부입니다. 저는 이 논의가 7, 8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반복됐다는 사실이 더 씁쓸합니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