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민 감독 사건 (부실수사, 오체투지, 발달장애)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다가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외식을 하던 김창민 감독이 소음 문제로 시비를 건 남성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숨졌습니다. 그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기사를 덮지 못했습니다. 너무 평범한 일상이 비극의 무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오체투지, 100번 몸을 던진 부모들의 이유

지난 4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3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었고, 대부분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었습니다. 이들은 40분 동안 100번, 온몸이 바닥에 닿도록 엎드렸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불교에서 유래한 가장 낮고 간절한 예의 표현으로,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까지 다섯 부위를 모두 땅에 닿게 엎드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 동작을 100번이나 반복했다는 건, 단순한 항의 집회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뉴스 영상을 보면서 솔직히 눈물이 났습니다. 장갑 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떨구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화면 너머로도 너무 생생하게 전해졌거든요. 이분들이 이 자리에 나온 건 자기 자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울하게 떠난 김창민 감독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연단에서 "경찰의 수사 부실로 이 억울한 죽음이 영원히 묻힐 뻔했다"고 말했는데,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담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집회 중에는 추모굿도 열렸습니다. 붉은 천 보자기에서 흰 국화를 꺼내 꽃잎을 허공에 날리는 장면은, 슬픔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언어처럼 보였습니다. 발달장애인 아들도 아버지가 끌려가는 그 순간, 말 한마디 하지 못했으니까요. 벽에 머리를 찧으며 공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저는 이 사건이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부실수사, 구속영장 기각이 반복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가해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폭행으로 사람을 뇌사 상태에 빠뜨렸는데도 구속영장(拘束令狀)이 잇따라 기각됐습니다. 구속영장이란 피의자의 신체를 구금하기 위해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발부하는 영장을 뜻하는데, 이것이 반복적으로 기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수사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문제는 사건 초기에 얼마나 단단하게 수사가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집회 이후 유족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경찰청 민원실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고발 대상은 전 구리경찰서장, 담당 수사관,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 경찰관들이었고, 혐의는 직무유기(職務遺棄)였습니다. 직무유기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를 방임하거나 의도적으로 수행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 업무상 실수와는 다른, 법적 책임이 따르는 행위입니다. 유가족이 2차 피해를 감수하며 경찰을 상대로 고발장까지 써야 했다는 사실이 저는 가장 고통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현재는 경기북부경찰청이 감찰(監察)에 착수했고,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완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감찰이란 기관 내부에서 구성원의 위법·부당 행위를 조사하는 절차를 뜻하는데, 이것이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으려면 독립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 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장애인 가족에 대한 공권력의 불균형한 대응을 꾸준히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닌 셈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수사 절차상의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초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증거 확보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2. 담당 수사관이 구속영장 청구 자료를 충분히 보강하지 않아 반복 기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3. 경찰서장급 관리자의 사건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발달장애 가정을 향한 '따가운 눈총'이 먼저 폭력이다

이 사건의 출발점이 뭐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식당 안에서 소리를 냈다는 이유였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감각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내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모습을 불편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자녀를 데리고 식당에 가면 주위 사람들이 따가운 눈으로 쳐다보는 일은 아주 흔하다"고 했는데, 제가 주변에서 들은 비슷한 이야기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혐오범죄(Hate Crim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를 동기로 저질러지는 범죄를 뜻하는데, 이번 사건이 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수사에서 명확히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가해자들이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있던 부자(父子)를 표적으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감정 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진 것인지 — 이 구분은 사건의 성격과 처벌 수위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전담수사팀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통합(Social Inclusion)이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지역사회의 일상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공원을 걷고, 카페에 앉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됐다면, 그 사회는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가족의 상당수가 외출 시 사회적 시선과 차별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는데, 이 숫자들이 통계가 아니라 김창민 감독 같은 실제 삶이라는 걸 우리는 이번에 목격했습니다.

검찰 전담수사팀이 보완 수사를 마쳤을 때, 그 결과가 유족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응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해자 처벌과 수사 책임자 문책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발달장애 가족이 일상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사법 정의와 별개로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니까요. 이 사건을 계기로 주변의 발달장애인 가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한 번쯤 돌아봐주셨으면 합니다.

--- 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1513530002661?dtypecode=pancode_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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