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삼룡동 지역주택조합 (착공, 추가분담금, 제도개혁)
천안 삼룡동에서 11년을 표류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떴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쁨보다 먹먹함이 앞섰습니다. 수많은 지주택 분쟁 사례를 지켜봐온 입장에서, '착공'이라는 두 글자가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11년 만의 첫 삽,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
2015년쯤 이 조합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서른 중반이던 청년이 불혹을 넘긴 가장이 되어 있을 겁니다. 노후 자금을 조금이라도 불려보겠다는 마음으로 가입한 어르신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건강을 잃으셨을 수도 있고요. 기사에서 '눈물의 첫 삽'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 말이 단순한 수사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와 추가 분담금 고지서를 받아들던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신고나 다름없으니까요.
지역주택조합(地域住宅組合)이란 무주택 세대주 또는 소형 주택 소유자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자력형 주택 공급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끼리 모여서 아파트를 직접 짓는 구조'인데, 시행사를 끼지 않아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업 리스크를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사례를 들여다보니, 이 구조 자체가 문제의 씨앗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천안 삼룡동 동문 디이스트 파크시티 사업장은 한때 토지 확보 실패, 자금난, 조합 내부 갈등이 동시에 터지며 사실상 무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그러나 새로 선출된 구홍민 조합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재결집했고, 잔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용 승낙을 내준 토지주의 결단이 반전의 계기가 됐습니다. 전용면적 59㎡부터 105㎡까지 총 1,051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500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착공이 끝이 아니다, 추가분담금이라는 복병
이 사업이 정상화된 건 분명히 박수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착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더 험난한 구간의 입구일 수 있습니다.
추가분담금(追加分擔金)이란 사업 초기에 책정된 조합원 분담금 외에 공사비 상승, 금융 비용 증가, 사업 지연 등으로 조합원에게 추가로 청구되는 비용입니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건설 인건비와 자재비는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24년 건설공사비 지수는 약 40% 이상 상승했습니다(출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여기에 사업 지연으로 누적된 금융 비용까지 더하면, 조합원들이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초기 계약금과 얼마나 차이 날지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지옥에서 생환'했다는 표현이 있는데, 저는 그 표현에 100%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입주 시점에 일반분양가보다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승리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주택 조합원이라면 앞으로 이 단계들을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 착공 이후 공사비 변동 내역을 조합 총회에서 정기적으로 공개하는지 확인한다.
- 추가분담금 발생 시 그 산출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점검한다.
- 준공 후 입주 시점까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이 유효하게 유지되는지 체크한다.
- 일반분양 500세대의 분양가 수준과 조합원 최종 분담금을 비교해본다.
정치인이 나서야만 풀리는 구조의 문제
이번 사업 정상화 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 천안시, HUG 등과 협의하며 행정적 걸림돌 제거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박수보다 씁쓸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직접 움직여야만 행정이 풀리는 구조라는 건, 역설적으로 그 행정 시스템이 평소에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UG(Housing Urban Guarantee Corporation), 즉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 사고로부터 수분양자를 보호하는 공공 보증 기관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도 일반분양 물량에 대해 분양보증을 발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기관이 사업 초기부터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진단하고 사업장을 관리했다면 11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역주택조합 관련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사업 진행 중인 조합 중 상당수가 장기 지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번 천안 삼룡동 사례를 '성공 모델'로 제시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평가에 조심스럽게 반론을 달고 싶습니다. 모든 지주택 현장에 영향력 있는 의원이 붙어줄 수는 없습니다. 우연한 선의와 특수한 변수가 맞아떨어져야 해결되는 구조를 '해법'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기적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제가 직접 여러 지주택 분쟁 사례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이 사업의 구조적 결함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점입니다. 단지 조합 내부 갈등이나 개별 사업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닙니다. 토지확보율(土地確保率)이란 사업 시행에 필요한 전체 토지 면적 대비 조합이 실제로 확보한 토지 비율을 말합니다. 현행법상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 승인 전까지 95%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다 발생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합니다.
조합설립인가(組合設立認可)란 지자체로부터 조합의 법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뜻합니다. 이 인가가 떨어진 이후에도 토지 확보가 완료되지 않으면 사업은 언제든 멈춰설 수 있습니다. 삼룡동 사례가 상징적 이정표가 되려면,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입법 논의로 이어져야 합니다. 착공식에서 모인 격려금 440만 원을 인근 삼거리초등학교에 전액 기부한 것은 훈훈한 마무리이지만, 이런 미담 하나로 구조적 문제가 가려져서는 안 됩니다.
삼룡동 조합원들의 11년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이번 착공이 성공적인 입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토지확보율과 조합설립인가 현황, 그리고 사업비 내역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십시오. '착공했다'는 말 한 마디에 안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2009540001732?dtypecode=pancode_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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