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불법 점용 (불법평상, 행정대집행, 포스트정비)

계곡에 가면 돈을 내야 물가에 앉을 수 있다는 게 이제는 상식처럼 굳어졌습니다. 저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할까요? 전국 하천과 계곡에서 적발된 불법 점용(占用) 시설이 1년 만에 835건에서 3만 3,000건으로 불어났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습니다. 제가 매년 여름마다 느꼈던 그 불쾌함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이 숫자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불법평상, 왜 이렇게 오래 버텼을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난여름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경기도 한 계곡을 찾았을 때, 물가 바로 앞 자리는 전부 평상(平床)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평상이란 계곡이나 야외에서 사람들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설치한 나무 침상을 말하는데, 문제는 이 평상들이 개인 상인이 하천 부지에 허가 없이 갖다 놓은 불법 구조물이라는 점입니다. 음식을 시키지 않겠다고 했더니, 상인이 대놓고 "그럼 여기 못 앉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조카들 손을 잡고 자리를 옮기면서, 이게 정말 국민 모두의 하천인가 싶었습니다.

왜 이 구조가 이렇게 오래 유지됐을까요? 핵심은 불법 점용(不法占用)의 수익 구조에 있습니다. 불법 점용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공 수역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계곡 명당 자리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평상 1개당 하루 8만~10만 원짜리 백숙 주문을 강요하면, 성수기 한 달 수익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기존 과태료 수준은 이 수익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아, 차라리 벌금을 내고 계속 영업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왔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수(汚水)가 계곡으로 직접 흘러드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오수란 음식 찌꺼기나 세제 등이 섞인 더러운 물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정화 처리 없이 하천으로 유입되면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맑아 보이는 물속에서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걸 보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자릿세 싸움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행정대집행,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이번 정부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점입니다. 행정대집행이란 당사자가 행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정부가 직접 그 행위를 실행하고 비용을 당사자에게 청구하는 법적 수단입니다. 자진 철거를 거부하면 국가가 강제로 철거하고 그 비용까지 청구하겠다는 뜻입니다. 말만 들으면 강경하게 들리는데, 제 경험상 이건 실제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치의 핵심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요 정비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5월 중 행안부 내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지원단' 설치 및 정부 합동 감찰반 현장 투입
  2. 하천구역 경계와 불법 시설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하천·계곡 정비지원 시스템' 지자체 제공
  3. 상습 불법 지역 400여 곳을 '중점관리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고 CCTV 상시 감시 체계 구축
  4. 자진 철거 거부 시 변상금 부과·고발·행정대집행 등 단계적 법적 조치 적용
  5. 안전신문고를 통한 국민 상시 제보 접수

국토공간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감시 시스템 도입은 분명히 진일보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묻고 싶습니다. 이 시스템이 6월 이후에도, 비수기에도 작동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이 실제로 배정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메뚜기식 불법'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단속 시즌에 잠깐 철거했다가 감시가 풀리면 다시 평상을 까는 패턴이 수년간 반복돼 왔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단속 시즌만의 반짝 집행이 아니라 연중 지속되는 관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징벌적 변상금(懲罰的 辨償金)의 실효성도 따져봐야 합니다. 징벌적 변상금이란 단순한 손해 보전을 넘어, 위법 행위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를 의미합니다. 불법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처벌이 약하다면 상인들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에 도입될 변상금이 실제로 수익 환수 수준에 달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스트정비,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불법 시설이 사라진 뒤의 그림을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진짜 걱정하는 건 여기서 시작됩니다. 평상이 치워지고 나면 그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요? 화장실도 없고, 쉴 수 있는 그늘막도 없고, 짐을 잠깐 내려놓을 공간조차 없는 빈 하천 부지만 남는다면, 시민들은 오히려 "그나마 돈 내고라도 앉을 곳이 있었는데"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포스트 정비(Post-整備) 계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포스트 정비란 철거와 단속 이후 공공 공간을 어떻게 시민 친화적으로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설계를 말합니다. 서울 강북구 인수천의 사례를 보면, 상습 불법 지역으로 지정돼 CCTV가 설치될 예정이지만, 그 이후에 시민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공 편의시설이 함께 계획되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출처: 한국일보)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공중화장실, 무료 그늘 쉼터, 안전 입수 구역 같은 기반 시설을 준비하지 않으면, 불법이 사라진 자리는 또 다른 방식의 무질서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공의 자산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말이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철거 이후의 공간 설계까지 행정의 책임 범위에 포함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하천법(河川法) 테두리 안에서 지자체별 실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천법이란 하천의 지정, 관리, 사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로, 불법 점용 처벌 기준과 원상회복 명령의 법적 근거가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국 3만 3,000건 적발은 이제야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6월 전면 정비는 시작일 뿐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느꼈던 그 억울함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으려면, 단속과 철거를 넘어 공간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후속 행정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올여름에는 조카들과 돈 걱정 없이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을 찾을 수 있기를, 그게 가능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2313340004187?dtypecode=pancode_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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